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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만의 외출이었다. 몸과 마음은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새처럼 가벼웠다. 검은 안경에 마스크, 모자를 쓴, 완전 방역의 실천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는 염려를 딛고 떠난 토론토 나들이가 약간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수개월간 곧 풀리겠지 하는 희망으로 접촉 제약, 외출 제한의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엄수하였다. 온라인에 비대면 접촉으로 생활환경을 조정하면서 코로나가 힘이 빠져서 자비를 베풀거나 백신 개발이 속히 성취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전화나 전자 메일로나마 소식을 주고받던 친지들도 차츰 뜸해지고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여 거리의 길이도 대인관계를 소원하게 하는데 합세하는 듯하였다. 맺고 끊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삶은 방향도 속력도 정함이 없이 자유자재더니 차츰 긴장감과 탄력을 잃은 속성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졌다.

 

2, 3차 단계적으로 제약이 풀리고 더욱 세심한 방역지침을 지켜야 하지만 드디어 학교가 개학을 하였다. 노란 스쿨버스가 달리는 것은 보기만 해도 막혔던 숨통이 확 트이는 듯 가슴속이 신선한 활력으로 넘쳐흘렀다.

 

때맞추어 몇 단체들의 모임이 이어지고 미루고 망설이다 용기를 다해 무기력의 거미줄에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고속도로에는 제법 많은 차들이 달렸지만 전과 비교하면 텅 빈 거리나 다름없었다.

 

12시 애국지사 기념사업회 이사회에 맞추어 출발했는데, 막힘 없는 교통으로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생겼다. 오래간만에 신문사에 들려 마스크를 쓴 채 반가운 수(手)인사를 하고 문서선교회에 들렸다. 코로나 사태로 영성 책자 ‘오늘의 양식’ 4천여 권을 우송하게 된 선교회는 모임 제약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어 몇 분이 도맡아 수고가 많고 발송하는데도 차질을 겪고 있었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내 담당의 책자는 우송 대신 상자에 담아 문 앞에 내놓아 달라고 미리 전화하였었다. 회의가 끝난 후로 계획하였던 일들을 미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년 만에 만난 이사님들은 안위가 염려스러웠던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을 지켜 온 것이 더욱 기쁘고 고맙기까지 하였다.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입을 가리고 들어오는 우스운 모습들이지만 팔꿈치로 치고 받으며 즐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식사하고 회의는 프린트한 안건들을 주축으로 진행되었다. 입을 가린 탓인지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없이 회의는 간단하게 끝났다.  

 

앞으로의 모든 회의도 이렇게 실행되었으면 하는 흡족한 마음으로 가벼운 한담을 나누게 되었다. 간호학 교수 P선생이 엊그제 떠나신 수필가 고 박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심장병 수술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수술이 취소되고 지연되어 수술을 기다리는 중에 돌아가셨다 한다.

 

초대 수필분과장이시고 뒤를 이어 2대 분과장 직을 맡아 수필 문학을 위해 함께 고생하던 일이 주마등처럼 흐르며 애석함이 밀려왔다. 갑자기 칸막이 저쪽 테이블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나 “언니” 하며 다가왔다. 몬트리올에 살던 오빠가 세상 떠났는데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해 전해주지 못했다며 눈시울이 빨개졌다.

 

아현동 주일학교를 함께 다니던 어린 시절의 영상들이 순식간에 둘둘 말려 날아가 버리는 듯 허탈하였다. 내 삶에 있어 가장 오래된 유일한 동화를 캐나다에서 함께 즐길 사람은 여동생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솟구쳤다. 마지막 인사도 못 하다니, 이때처럼 코로나가 밉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는 전염성이 빠르고 치유가 거의 불가하고,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병이라고만 생각했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모임 장소에 가지 말라는 예방 지침을 순순히 복종하는 외에는 도리 없는 병이라 했다.

 

아침 토론토 스타에는 자녀들의 개학과 안전을 위한 여러 석학들의 글이 있었다. 토론토 대학 국제안전 부교수 아이사 아마드(Aisha Ahmad)는 ‘6개월의 벽’을 지나왔는데 새로운 6개월의 벽에 대한 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하고, 심리학자 안 마텐(Ann Marten)은 코비드에 대한 사람들의 돌격력이 저하되어 새로운 충전이 필요하다 하였다. 가정요법사 엘리슨 쉐퍼(Alyson Schafer)는 부모들에게 천천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의 대응, 신체를 잘 보존하기, 가족회의 등과 함께 미지의 코로나 탐험가로 코로나를 탐색하고 대처하라고 조언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적으로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예방의 길만을 달려온 것은 아닐까. 모든 예방 지침의 준수는 개인뿐 아니라 코로나를 궤멸시키는 방편임을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6개월 만의 외출은 코로나의 극복을 위해 모두가 새로운 공격의 자세를 취해야 하리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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