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기독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23위 한국이 134위 인도네시아에 U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역대 전적에서 U23 대표팀 5전5승, A대표팀 36전30승4무2패를 기록 중이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축구계도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힌 이날 U23아시안컵 경기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황선홍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정 축구협회장은 대기업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며, 한국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정 회장은 2000년 부산대우로얄즈를 인수해 부산아이콘스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 ‘아이파크’라는 이름으로 24년째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우로얄즈 시절 김주성 안정환 정용환 정재권 송종국 등 수많은 축구스타를 배출했고, 밥 먹듯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부산아이파크는 현재 K리그2, 즉 2부리그에서 헤매고 있다.

 

정 회장도 부산 프로축구를 살리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고 할 수는 있다. 200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안 포터필드 감독을 선임해 부산을 2005 K리그 전기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 회장이 부산아이파크를 이끌고 아시아 클럽축구 4강에 올랐던 장소가 카타르 도하다. 당시 부산은 ‘알 사드’라는 카타르 클럽을 1, 2차전 합계 5-1로 꺾었다.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킥앤러시라는 선 굵은 영국 축구를 구사했다. 이안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뒤 정 회장은 스위스 출신의 앤디 에글리 감독을 선임하기도 했다. 프로축구를 취재하면서 에글리 감독에게 “당신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가” 물었다. 그는 “언제나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핵심은 ‘Put it in the Box’다”고 말했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상대 진영 골에어리어 안으로, 즉 골대 앞으로 축구공과 함께 간결하게 침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은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에글리 감독은 K리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한 채 퇴장했다.

 

정 회장은 외국인 감독들에게 기대했던 부산 프로축구의 부흥을 끌어오지 못하자 현재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김판곤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었다. 김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물었는데, 그는 “낮고 강하게 찔러주는 패스”라고 답했다. 그 전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패스의 정확도와 볼을 받는 선수의 컨트롤 등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요지였다.

황선홍 감독도 부산아이파크에서 잠시 감독생활을 했다. 정 회장은 2007년 말 황 감독을 3년 계약으로 부산 감독에 선임했었다.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체면을 구긴 황 감독도 나름 이기기 위한 작전을 구상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8강전에 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선수 퇴장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승부차기 끝에 결국 망신을 당했다. 황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지만 경기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는 드물지만,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축구의 묘미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것이 좋은 예다.

 

흥미로운 것은 기독교를 축구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창조주이며, 절대자인 여호와 하나님을 축구감독 쯤으로 여기는 태도다. 그들은 조물주께서 많은 사람들 가운데 꽤 괜찮고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성도로 뽑아 훈련시키고, 경기 내용에 따라 교체하면서 사단과의 전쟁에서 원하는 승리를 쟁취하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뒤 아담 이후로 인간들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순종하지 않을 때 노아의 홍수처럼 쓸어버리신다”는 것이다. 이제는 홍수 정도가 아니라 영원한 불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바르게 살고,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인간들의 최선은 언제나 하나님의 기준에 미달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하늘에 닿고자 했던 바벨성 건축을 하나님은 저주하셨다. 죄인들이 내놓는 최선은 ‘의’가 아니라 여호와 앞에서 ‘악’이다. 다만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로 인간들의 보잘 것 없는 삶을 덮어주실 뿐이다.

우주와 인간의 역사는 축구경기처럼 열린 결말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고 선언하셨다. 창세 전에 약속하셨던 언약을 완벽하게 성취하셨다는 말씀이다. 그 언약이 축구감독의 전술처럼 인간들의 퍼포먼스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은 일점 일획도 바뀔 수 없다.

 

예를 들면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기독교는 합법적인 왕이 적들의 점령지역에 변장한 채 상륙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선악의 전쟁은 독립적인 두 세력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물이 반역을 일으킨 일종의 내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도들에게 여호와께서 벌이시는 이 작전에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그럴 듯한 설명 같지만 C.S 루이스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악한 사단의 반역까지도 하나님의 계산 안에 있다는 점이다. 피조물인 사단이 하나님을 향해 반역을 일으켰다고 한들 그분의 통치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호와 하나님은 축구 감독처럼 경기 상황이나 상대 감독의 전략에 맞춰 90분 내내 새로운 전략전술을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선수를 교체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오해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기독교를 종교의 하나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하나님의 언약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삶에 초점이 있다. 더 멋 있는, 더 괜찮은 존재로 탈바꿈해 감독의 인정을 받고 스타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평생을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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